온라인 공간에서 연인을 찾는 것처럼 접근해 상대의 마음을 빼앗은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 미국에서 팬데믹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이 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시장 감독 기구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밸런타인데이인 14일(현지 시각) “지난해 신고된 로맨스 스캠이 5만6000건으로, 2020년 3만3000여 건에 비해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총피해액은 같은 기간 2020년 3억700만달러(약 3680억원)에서 지난해 5억4700만달러(약 6560억원)로, 80% 가까이 증가했다. 2017년 1억달러 수준을 밑돌던 미국 내 로맨스 스캠 피해액 규모가 2019년 2억달러를 돌파하더니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급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피해자들의 피해액 중간값은 8만3000달러(약 1억원)에 달했다. 한 사람이 총 300만달러(약 36억원)를 뜯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연인이나 말동무를 찾는 70대 이상 노인층 피해자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의 경우 18~29세 청년층 피해가 크게 늘었다고 FTC는 전했다. 팬데믹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로맨스 스캠의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는 것이다.

로맨스 스캠의 3분의 1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작됐고, 데이팅 앱 등이 다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꾼들은 매력적인 가짜 프로필 사진을 올려놓고 직접 만날 수 없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꾸며댄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연락해 신뢰를 얻은 뒤에는 “내가 사실 전문 투자자인데 좋은 투자처를 알려주겠다”거나 “투자 자금을 급히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FTC는 특히 지난해 암호 화폐를 매개로 한 로맨스 스캠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상 화폐 형태의 스캠 피해액은 1억3900만달러로, 전년보다 5배나 늘어났다. 사기꾼들은 가상 화폐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 피해자들이 코인베이스 등에 계좌를 개설하게 한 뒤 가상 화폐를 빼돌리고 잠적하는 수법을 많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