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 일각에선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자유주의·친서방 성향의 야당 야블로코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러시아 전역에 있는 당사를 통해 반전(反戰) 서명을 받을 것을 주문했고, 온라인상에서 하루 만에 4000여 명이 서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온라인상에 ‘전쟁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제목의 전쟁 반대 공개 서한도 올라왔다. 유명 록가수 안드레이 마카레비치를 비롯해 지식인, 러시아 민주화 운동가 등 유명인 150여 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우리는) 전쟁을 거부하고, 군사적 위협과 공갈 협박하는 방식의 외교 정책을 범죄로 본다”며 “과거 전쟁에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어 러시아 국민은 수십년간 ‘전쟁이 없었더라면’하고 후회하며 살아왔다. 당신들은 이를 잊었는가”라고 주장했다.

해당 서한이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反)서방 민족주의자로 유명한 퇴역 대령 레오니트 이바쇼프가 전쟁에 반대하면서 푸틴의 사임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바쇼프는 구 소련을 찬양하는 전직 군인들의 모임인 ‘전러시아 장교회의’ 웹사이트에 “과거 소련이 피할 수 없는 정의로운 전쟁만 치르려 했다면, 지금의 푸틴은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 돌리고, 부패한 엘리트들의 이해를 분산시키기 위해 군사적 대립을 부추긴다”고 했다. 이글에는 약 76% 회원들이 지지 의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전쟁이 일어나면 짧게 끝나지도 승리를 얻을 수도 없으며, 수많은 희생자가 생길 것이라는 게 러시아인들 사이의 일반적 의견”이라며 “러시아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계층조차도 실제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의 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의 러시아인들은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미국과 나토(NATO) 탓이라면서도 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반전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다수 여론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푸틴의 이른바 ‘관리형 민주주의’에서는 시위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단순한 1인 피켓 시위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상의 ‘좋아요’나 ‘공유’ 버튼도 잘못 눌렀다가 잡혀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가 장악한 언론들은 반전 여론을 보도하지 않거나 이바쇼프 같이 반전 목소리를 낸 사람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적대 세력에 동조하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