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 훈련 센터를 방문해 승무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째를 지나고 있지만 전황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의 ‘정보 실패’에 분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FSB는 세계 최고 첩보기관으로 꼽히는 옛 소련 KGB의 후신(後身)으로, 푸틴이 1998년 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9일(현지 시각)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20여 년간 러시아 정보기관 활동을 추적해온 웹사이트 ‘아젠투라’의 편집자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FSB가 침공 전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작성한 최종 보고서는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SB 주요 임무가 러시아 국내 정보 활동과 국경 보안 등에서 최근 수년 사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를 감시하는 일까지 확대됐다”며 “FSB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의 극우 단체를 활용해 내부 불안을 조성하려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최근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 수준도 잘못 계산했다”고 진단했다.

솔다토프는 “FSB가 처음 수집한 우크라이나 현지 정보가 정확했을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상급자들이 푸틴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하려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며, 정보를 조작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 조작은 대령~장군 계급에서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침공을 결정한 푸틴이 예상 밖으로 격렬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솔다도프는 “FSB가 (KGB와 달리) 경쟁력 있는 조직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보기관 고위 관리를 지낸 필립 잉그램도 “푸틴의 언행을 보면 이번 침공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든 조언을 한 FSB에 매우 화가 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