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非)우호적인 국가에 자국산 천연가스를 판매할 때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에 일주일 내에 이 같은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지금까지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가스를 구입할 때 주로 유로화로 결제해왔다. 푸틴은 “최근 며칠간 일부 서방 국가들이 이른바 ‘러시아 자산 동결’이라는 불법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가 (상품을 수출할 때) 달러화나 유로화로 받을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단행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밝힌 것이다.
러시아가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할 경우 국제 에너지 및 외환 시장에서 각종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8일 유럽연합(EU) 27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한국·미국·영국·호주·일본·대만·캐나다 등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에 대한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하겠다는 방침 등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째를 맞는 24일부터 주식 거래를 부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현지 시각)부터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 대형 은행 스베르방크 등 33개 종목의 거래가 재개된다. 러시아 증시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따른 폭락 등 충격으로 지난달 28일 거래가 중단된 뒤 사상 최장 기간 휴장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