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4만명 수준인 신속대응군 병력을 30만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나토 정상회의(29~30일·스페인 마드리드)를 앞두고 가진 이날 회견에서 그는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갖춘 병력을 30만명 이상 확보해 동맹의 전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동유럽에 4만명 이상 신속대응군 병력을 배치해 직접 지휘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이후 병력을 1만3000명에서 4만명으로 계속해서 키워왔다. 그러나 나토의 이번 방침은 기존 병력의 7.5배 늘리겠다는 것으로 전례가 없는 대규모 증원 계획이다. 그만큼 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나토 신속대응군 병력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회원국에 집중 배치돼있다. 현재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 상황을 감안해 증파되는 병력도 이들 국가에 우선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는 나토 내에서 러시아의 지위도 격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나토는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장기 전략 계획에서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명기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에 부여한 이 같은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마드리드에서 합의할 전략 계획에서 러시아는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닐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리의 안보, 가치, 국제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동맹국들이 분명히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BBC는 이날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대만 등에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국의 위협을 공동 성명 등에 명기하길 주장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에 대해 다소 절제된 조치를 선호하고 있어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