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최근 직원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들의 대학 졸업장 대신 해당 직무에 맞는 기술을 보유했는지를 훨씬 더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전역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술의 상대적 가치는 올라가고, 학사 학위의 중요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WP 보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연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중위임금 이상을 받는 일자리 중 학사 이상학위를 요구하는 비율이 지난 2020년 1분기 43%에서 2021년 2분기 36%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한 고임금 일자리 수는 70만개가 늘었다.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의 경우, 지난 2017년에는 IT 분야 채용 인원 중 46%에 대해 학사 이상 학위를 요구했지만 작년에는 단 9%에 그쳤다. 구글, IBM 등도 학위가 아닌 기술 기반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채용에서 학위 요건을 없애는 현상은 공공 부문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올 상반기 주(州) 정부 기관 채용에서 학위 요건을 없애고 기술이 있는 근로자를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같은 추세는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강력해졌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팬데믹 이전까지는 일자리는 부족한데 구직자들은 넘쳐나 노동시장에서 우위에 선 고용주가 구직자들에게 학사 학위를 요구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기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채용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학위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WP는 “학사 학위가 여전히 중산층으로 가는 티켓으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가치는 갈수록 철저한 검증을 받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취업 시장에서 학위 가치의 하락은 고등교육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대학 학위의 가치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 2013년 70%였지만, 2019년에는 51%로 떨어졌다. 대학 입학자 수도 10년 동안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팬데믹 기간엔 입학 정원보다 100만명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