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베트남전쟁 막바지인 1973년 모병제로 전환한 이후 49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신병 모집 미달 사태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촉발한 전 사회적인 차원의 노동력 부족과 민간 기업의 강력한 인력 흡수, 군 복무의 상대적 장점 상실 등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 육군 주방위군 사병들이 2022년 4월 21일 목요일 워싱턴에서 훈련 중 육군 주방위군 사무실 앞에 모여있다. 지난 3월에 미 육군 지역 경비대는 2010년 이후로 도시에서 처음으로 신병 모집 사무소를 열었다./ AP 연합뉴스

NYT 보도에 따르면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는 오는 9월 말까지 신병을 모집하는데 지난 6월 말 현재 모두 지원자가 정원에 비해 크게 미달하고 있다. 육군이 가장 심각한 상태로 모집 정원 5만7000명 중 40%만 채웠다. 해군과 해병대는 지원 현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담당자들은 “올해 신병 모집 목표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인기가 높아 과거 미달 사태가 거의 난 적이 없었던 공군조차도 현재 4000명 정도가 부족하다.

미군이 모병난에 시달리는 가장 큰 원인은 팬데믹으로 미 전역의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은 임금을 크게 올리고 복리후생을 강화했다. 군 복무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 당국은 입대 보너스를 최대 5만달러(약 6500만원)로 올리고 문신 허용 등 다양한 유인책을 도입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모집이 중단된 것도 한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모병 담당자들이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거나 대형 쇼핑몰 등에 모병 부스를 설치해 청년들에게 입대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팬데믹으로 지난 2~3년간 거의 중단됐다.

입대 대상자 자체가 감소한 것도 문제다. 미 국방부 조사에 따르면, 17~24세 성인 중 76%가 의학적 문제나 범죄 전력 때문에 아예 입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군 복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청년 비율도 팬데믹 이전 13%에서 최근 9%까지 떨어졌다.

NYT는 현재 미군 현역병이 135만명 내외로 1980년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향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