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통화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8일(미 동부 시각) 오전 8시33분부터 10시50분까지 2시간 17분간 전화 통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은 대만 해협의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평화와 안정을 해치려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으며 이 정책은 대만관계법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대만관계법 등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면서 “두 정상은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차가 있으나 지난 40년간 이를 잘 관리해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는 단교할 때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대만과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만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제공할 근거를 마련해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지해 왔다.
대만 문제와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대만 독립 세력에게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14억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말했다.
이번 통화는 미·중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놓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다만 미국 측은 두 정상의 통화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대화가 나왔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는 전적으로 펠로시 의장의 결정 사항이라고 믿는다”며 “방문 자체가 공식 발표된 게 아닌 상황에서 가정적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양자 관계를 비롯 우크라이나 등·국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시 주석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내려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통화에서 진전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미 고위 당국자는 “관세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지만, 잠재적인 조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미·중 정상 간 접촉은 지난해 11월 첫 화상 회담 이후 다섯 번째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18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