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9일(현지 시각) 전화로 상대국에 억류된 자국민의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 양국 장관의 마지막 접촉은 지난 2월 15일이었으며,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엔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기업인 폴 휠런 석방을 위한 제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통화에 대해 미국인 석방을 위한 제안에 초점을 맞춘 대화였다고 설명했지만, 라브로프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고 NYT가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이 수감된 러시아 시민권자 교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추측성 언론 기사 대신 조용한 외교 절차로 풀어갈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인 그라이너는 마약을 밀반입했다는 혐의로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기업 보안 책임자 휠런은 2018년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머물던 중 스파이 혐의로 구금돼 2020년 16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미 국무부는 두 사람의 억류가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언론에선 미국이 러시아에 억류된 두 사람을 석방하는 대신 미국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인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러시아로 돌려보내는 맞교환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부트는 무기를 불법 판매한 혐의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합의를 러시아가 준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곡물 수출 합의가 “미국의 제재로 복잡해졌다”면서 “러시아는 국제법의 규범을 엄격히 준수한다”고 말했다.

또한 블링컨 장관이 “국제 사회는 러시아가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 데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작전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서방의 무기 공급은 분쟁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