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 군용기들이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인 대만해협 중간선까지 근접 비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군함 여러 척이 전날부터 대만해협 중간선 근처에 머물고 있는 데 더해, 이날 오전에는 군용기 여러 대까지 이 지역을 비행했다.
소식통은 “중국 군용기와 군함이 이날 오전 중간선을 압박했다”며 “이는 매우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군용기가 중간선을 잠시 건드리고(touching) 돌아가는 전술적 움직임을 반복했으며, 대만 군용기들은 근처에서 대기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과 대만 어느 쪽도 중간선을 넘지는 않았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후 1955년 미 공군의 벤저민 데이비스 장군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이다. 양국은 한동안 이 선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겼다.
다만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상호방위 조약은 효력을 상실했고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두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대만해협에서 긴장이 점차 고조되자 대만군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대만군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는 4일 자정까지 중국군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의 단계를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대비태세 격상이 전시(war time) 체제 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평시(peace time)에 머물러 있다. 대만군 관계자는 “(중국군의) 위협 수준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전 중국의 J-16 전투기 4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방송과 함께 방공 미사일 부대의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당시 주변 상공에는 대만 공군 P-3C 대잠초계기 외에도 미군 P-8A 대잠초계기, 미 공군 지상 감시정찰기인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등도 비행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펠로시 의장 일행이 대만 현지 시각으로 2일 오후 10시 20분쯤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