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상관측용 위성이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란의 위성이 러시아 로켓 도움으로 발사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 간 갈등이 극대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이란이 협력 폭을 넓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항공우주청은 이날 “지상 관측위성인 ‘하이얌’(Khayyam)이 러시아가 운영하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러시아의 ‘소유스-2.1B’ 로켓에 탑재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란 항공우주청은 이 위성이 목표 궤도에 안착했으며 첫 원격 측정 자료를 성공적으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번 위성 발사는 러시아와 이란 양국 협력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며 “새롭고 더 큰 프로젝트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번에 발사된 위성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하고, 향후 이란이 중동 국가들을 감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양국의 우주 협력이 이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 항공우주국은 “하이얌 위성에는 1.2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했다”면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수자원 관측, 자연재해와 국경 감시 등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최근 서방의 경제 제재 등에 맞서 점점 밀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이란을 방문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회담을 가졌다. 당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한다”면서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또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40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투자 관련 협약에 서명하며 ‘반(反)서방 에너지 연대’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