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에인 하니아 연못에서 이스라엘 시민들과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함께 수영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과 연인 관계인 외국인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방문하거나 거주하려는 경우 이스라엘 당국에 신고를 하라는 규제 사항을 명문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구성하는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부터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곳으로 25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팔레스타인 신분증을 소지한 주민과 연인 관계인 경우 관계를 시작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이스라엘 보안 당국에 신고해야 서안지구에 들어갈 수 있는 규제를 5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연인 관계는 동거나 약혼, 결혼 상태인 남녀로 규정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을 외부 세계와 단절하는 차별적 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공공외교연구소의 살렘 바라메흐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을 통제하고 고립시켜 몰아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지구에 들어가려는 외국인의 권리 등을 정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돼 온 관행을 성문화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서안지구를 찾는 외국인들은 벌써부터 강도 높은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인을 배우자로 둔 외국인들은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피하기 위해 결혼 반지를 빼고, 메신저 대화와 사진을 삭제하는 등 부부 관계에 대한 증거를 없애는 경우도 많다고 WP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