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강력하게 발휘하면서, ‘경제 수장’인 재닛 옐런(76) 미 재무장관과 개인적 친분을 쌓으려는 각국의 경제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의 취미에 걸맞은 선물을 하려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난다고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옐런이 지난해 1월 미국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각국 정상을 포함, 재무장관과 외교관 등 최소 6명으로부터 희귀·특별 우표 수백장이 선물로 쏟아졌다. 지난해 리시 수낙 당시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우체국 로열 메일이 1993년 발행한 10파운드짜리 우표를 선물했다. 올 초에는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러시아 군함 꺼져라!’라고 적힌 우표 세트를 건넸다. 지난 7월 G20 재무장관 회의를 주최한 인도네시아는 옐런 초상화가 그려진 기념 우표를 제작했다.
문제는 옐런이 우표 수집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옐런은 2014년 연방준비제도 의장 때 재산 공개에서 1만5000~5만달러(약 2090만~6960만원) 상당의 우표 수집책을 신고했는데, 이는 그가 모은 게 아니라 모친의 유품이다. 내막을 모르는 외국 인사들이 옐런의 취미를 우표 수집으로 착각한 것이다. 옐런은 2017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명망가들의 우표 수집 모임 ‘몬테카를로 클럽’ 가입을 권유받았을 때도 “경제와 금융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완곡하게 부인했지만, 세간의 오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한다. 옐런의 오빠인 고고학자 존 옐런은 WSJ에 “재닛은 우표를 받는 대로 은행 금고에 보관해 아마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의 취미는 오히려 광물이나 암석 수집이라고 한다. 그는 고교 때 지질학 수업을 들었고, 브라운대 시절에는 광물학 강의를 따로 수강했다고 한다. 재무부 직원들에게는 “어릴 때 홍연광(紅鉛鑛·crocoite)을 사서 집에 가는 길에 뉴욕 지하철에서 떨어뜨렸는데, 깨진 가루까지 긁어모아 왔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캐나다 외교관들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옐런이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가 19세기 국회의사당 건립 때 주춧돌로 사용한, 단풍잎 문양이 새겨진 4.5㎏짜리 석회석을 공수해 선물했다고 한다. 이 돌은 재무부 청사에 보관됐다.
한편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지난주 109.76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각국이 미 재무부 보증을 통해 연준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려고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