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 사립대인 뉴욕대(NYU)의 유명 교수가 “강의가 지나치게 어렵고 학점을 짜게 준다”는 학생들의 불만 탓에 해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학교에서 유기화학을 가르치는 메이틀랜드 존스 주니어(85) 교수가 새 학기를 앞둔 지난 8월 돌연 해임된 일을 계기로 학계에서 일고 있는 파장을 4일(현지 시각) 1면에 보도했다.
존스 교수의 해임은 지난해 그의 수강생 350명 중 82명이 낸 ‘규탄 청원’에 따른 것이다. 학생들은 “내가 받은 점수엔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교수가 잘난 척하며 까다롭게 굴었다” “정신 건강에 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NYU 측은 존스 교수를 해임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수강을 사후 취소하거나 학점을 올려주기로 했다. 학교 안팎에선 “학생 만족도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전국대학평가를 의식해 학문의 자유와 질(質)을 희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존스 교수는 반세기 가까이 프린스턴대와 뉴욕대에서 강의하면서 22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300쪽의 유기화학 필수 교재도 집필했다. 매년 강의 내용을 개편하고, 시험 문제도 새로 출제해 소위 ‘족보’가 통하지 않는 교수로 유명했다고 한다.
유기화학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필수 과목으로, 어려운 과목으로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 때 원격 수업 중 학생들이 잘 따라오지 못하자 존스는 사비 5000달러를 들여 동영상을 따로 제작해 보충 수업도 했다. 그는 “수년 전보다도 학생들 이해도가 떨어지고, 시험 문제조차 이해하지 못해 빵점을 맞는 경우도 많더라”며 “팬데믹 이후 너무 오래 공부에 손을 놓고, 공부하는 법까지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D나 F 학점을 받은 학생들이 “이 성적으론 의대에 가지 못한다”며 점수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존스 교수는 거부했다. NYT는 “교수가 높은 학문적 목표를 세우고 학생은 따라오는 옛날식 문화와, 학생과 소통과 지원에 중점을 둔 최근 추세가 충돌한 것”이라고 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가 다니는 대학이 직면한 압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NYU의 다른 교수들은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학점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 “대학이 학생들을 그저 행복하게 해 주는 곳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