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을 보도한 여성 언론인 2명이 미국이 보낸 스파이로 규정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부는 전날 이란 언론사에 배포한 공동성명에서 여성 언론인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메디를 미 중앙정보국(CIA) 해외 요원으로 규정했다.

하메디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미니가 구금돼 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에서 숨진 사실을 처음 보도했으며, 모하메디는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에서 열린 장례식을 보도했다. 이들은 각각 아미니 관련 보도를 한 직후 체포됐으며 현재 정치범 수용소인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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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GC는 “CIA는 영국, 이스라엘, 사우디 첩보기관과 함께 외압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이란에서 전국적인 폭동을 일으킬 계획”이라며 두 언론인을 미국의 광신적 대리인이라 칭했다.

이어 두 기자가 ‘외국 언론 보도의 주요 출처’라며 하메디가 언론인으로 가장해 아미니 가족에게 딸의 죽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기자가 해외 스파이라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란 언론인들은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이란 언론인협회는 “두 기자의 스파이 혐의로 제시된 것들은 기자의 직업적 의무”라고 했다. 또한 두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는 “이들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며 스파이 혐의를 부인했다.

이란에서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스파이 혐의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로, 이란 언론인들은 이것이 히잡 의문사 시위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알리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 이후 이란 전역에서 40명 넘는 언론인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