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참가국에게 “축구에만 집중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카타르에서 불거진 이주 노동자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4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파트마 사무라 사무총장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조별예선에 참가하는 32국에 편지를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제발, 이제 축구에 집중하자”고 했다.
FIFA는 편지에서 “우리가 전 세계에 도덕적 교훈을 주는 것보단 모든 의견과 신념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며 “세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다양성이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람이나 문화, 국가가 다른 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며 “이러한 원칙은 상호 존중과 차별 없는 문화의 초석이며 축구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편지에는 출신, 배경, 종교, 성별, 성 정체성,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고 밝힌 카타르의 기존 입장을 재차 반영한 문장도 서술됐다.
앞서 카타르에서 월드컵 경기장 등 기반 시설 등을 건설하는 데 참여한 이주 노동자 수십 명이 밀린 임금을 달라고 시위를 벌이다 추방당했다. 네팔·방글라데시·인도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 중 7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임금 체불 등 피해도 상습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제 인권 감시 기구는 카타르 월드컵 준비 작업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 중 목숨을 잃은 이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일부 참가국 대표팀은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 등 유럽 8국 대표팀은 각국 주장이 경기 중 하트 모양 완장을 차는 방식으로 차별 금지 캠페인에 동참했다. 참가국 중 가장 먼저 카타르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한 호주의 경우 선수들이 직접 카타르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덴마크 선수단은 카타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검은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미국 등 일부 대표팀은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을 위한 보상 기금을 만들자는 일각의 요구를 지지했다.
이번 FIFA의 편지에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입장을 내고 FIFA가 인권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스티브 콕번 경제·사회정의 국장은 “세계가 축구에 집중하도록 하고 싶다면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며 “인권 문제를 카펫 아래로 숨기지 않고 이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