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 프랭클린 카운티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워싱턴포스트는“7일 오후 기준으로 4350만명이 사전 투표를 했고, 이는 2018년 중간선거 때 같은 시점(3910만명)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8일(현지 시각) 치러진 가운데 투표 과정과 결과를 두고 곳곳에서 분쟁과 소요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중간선거는 역사상 최악의 분열된 선거로 꼽혔던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다. 지난 2년간 갈등이 봉합·치유되기는커녕, 신구 권력 간 대립이 심화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음모론이 판치며 선거 불복이 상수화되면서 정치·사회 갈등이 더 증폭됐다.

이번에도 주로 공화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부정선거론이 제기되면서 공무 방해와 폭력 사태 조짐이 이어졌다. 몇 개월 전부터 펜실베이니아·조지아·애리조나 등 격전지에선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마다 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단서를 찾는다”며 침입을 시도해 보안 비상이 걸렸다. 각 지역 선관위 사무소에선 철조망 펜스를 설치하고 유리창을 막으며, 방범용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 각 당 예비 선거 때도 미시간·텍사스·앨라배마 등에선 개표 조작 시도가 적발됐다. 보안 구역에 침입하려 하거나 가짜 표를 집계기에 넣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식이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을 방해하려는 시위대가 난입한 ‘1·6 사태’의 축소판이 중간선거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빨래방에 설치된 기표소 - 미국 중간선거가 열린 8일(현지 시각) 투표장이 마련된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빨래방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건조기 앞에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주지사 선거에서는 J.B.프리츠커 현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AP 연합뉴스

사전투표나 8일 당일 투표에서도 크고 작은 유세·투표 방해 시도가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애리조나에서는 우편투표함 주변에 무장한 민간인들이 경계를 서고, 조지아주에선 유권자 등록을 하려는 시민 수만명이 각종 방해 시도에 가로막혔다. 아직 신분이 애매해 새로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 신규 이민자들, 당일 대면 투표 대신 사전 우편투표를 선호하는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이런 이들의 투표를 막으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일부 공화당 과격 지지층 사이에서 일었다.

8일 뉴욕 일대에서도 곳곳에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발견할 경우 즉각 신고하라”는 당국 안내문이 붙었으며, 투표소마다 경찰과 모니터 요원들이 증원돼 긴장감이 느껴졌다. 다만 이날 일단은 선거가 전국에서 큰 사고 없이 치러졌다. 미 연방 사이버 안보 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거 인프라를 방해할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위협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미 중간선거가 열린 8일(현지시각) 격전지인 애리조나 피닉스의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사전투표를 집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은 내가 압도적으로 이겼다”면서 불복을 주도, 선거 불신 음모론은 지난 2년간 보수 유권자들에게 깊게 각인됐다. CNN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66%가 “바이든은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 3일 여론조사에선 “개표가 정확히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은 66%, “아니다”란 응답자는 32%로 나타났다. 유권자 3명 중 1명은 개표하기도 전에 결과를 불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유권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담은 동영상과 트윗 등 ‘가짜 정보’ 홍수에 휘말려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게시물들은 공화당 유권자들이 투표를 금지당했다거나, 조지아 등 접전지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먼저 총을 쏘라”는 등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은 채 유포되고 있다. 트위터를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이 동성애를 하려다 테러를 당했다”는 내용의 음모론 게시물을 링크하기도 했다.

미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지자들이 8일 밤(현지시각) 한 호텔 볼룸에 모여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선거 이후에도 곳곳에서 투·개표 절차를 두고 긴 소송전이 벌어져 결과 확정이 지연될 수 있다. 공화당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3곳 이상의 접전지에서 사전 우편투표를 놓고 소송을 걸었다. 이번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선 투표 날짜가 적히지 않은 사전투표 봉투는 집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민주당 표로 추산되는 7000여 표가 집계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