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고 정부 재정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중미 엘살바도르가 암호화폐 시장 붕괴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다고 스페인 엘파이스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의 국가 신용 등급을 채무불이행 우려가 있는 CCC+로 평가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현황을 추정하는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이날까지 비트코인 투자로 약 6750만달러(약 890억원)의 손실을 봤다. 작년 9월 6일 첫 투자를 시작으로 총 11차례 1억715만달러(약 1412억원)를 들여 비트코인 2381개를 사들였다. 개당 평균 4만5000달러(약 6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약 63%의 손실을 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내년 1월까지 6억6700만달러(약 8800억원)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 재정 상황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재정 안정성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취소를 강력 경고했지만, 엘살바도르는 “주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며 거절했다.
엘살바도르는 암호화폐 시장 폭락이 가속화된 올해에도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와 7월 암호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캐피털(3AC) 파산 이후 비트코인이 폭락했을 때 총 965만달러(약 128억원)를 들여 총 580개를 매수했다. 당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싸게 팔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는 작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해 미국 달러화와 함께 일상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해외로 나간 근로자가 고향으로 보내는 달러에 과도한 수수료가 붙는 문제를 해결하고, 블록체인 산업 관련 해외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적 반전을 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과 FTX 거래소 파산 등 각종 악재로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하면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