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8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마크롱 대통령 방문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30일(현지 시각)부터 3일간 미국을 국빈(國賓) 방문할 예정이라고 미 백악관이 29일 밝혔다. 국빈 방문은 의전상 격(格)이 가장 높은 형식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 정상 중에선 처음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미 첫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미 워싱턴 DC에 있는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1일엔 국무부 청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재임 때인 2018년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한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은 (국빈 방문 관례에 따라) 21발의 예포와 호화로운 백악관 만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프랑스를 첫 국빈 방문 국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프랑스는 가장 오래된 동맹”이라며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나 중국과의 긴장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등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있다”고 했다.

바이든과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미에서 만들지 않은 전기차 구매자에겐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유럽산 전기차들이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유럽연합(EU) 소속 관리 등을 인용해 “전쟁의 여파로 유럽 경기는 침체에 빠진 반면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고 무기 수출도 크게 늘었음에도 IRA를 시행해 동맹국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럽 각국 수뇌부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양국 정상 회담 조율 차원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화상회의를 갖고 IRA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9월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 신설 때 중국 견제를 위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넘기기로 했고, 이 때문에 프랑스는 호주와 맺었던 560억유로(약 77조1000억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이 백지화됐다. 프랑스가 강력 반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10월 마크롱 대통령을 G20(주요 20국) 정상 회의에서 만나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며 공개 석상에서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