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86)이 추후 건강 상태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 2013년 선출 직후 사직서에 미리 서명해놨다고 바티칸뉴스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스페인 ABC와 인터뷰에서 심각하고 영구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서한을 당시 교황청 국무원장이었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당시 사직서에 서명한 뒤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내가 건강 문제를 겪게 될 것에 대비한 것이다. 당신이 사직서를 가지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르토네 추기경이 이후 국무원장에서 사임하면서 해당 서한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ABC 방송의 ‘이런 사실이 대중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교황은 “그래서 내가 지금 당신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답했다.
교황은 농담조로 “이제 (이 사실이 알려지면) 누군가가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가서 ‘서한을 달라’고 할 것이고 베르토네는 새 국무원장에게 그것을 건넬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전부터 자신의 건강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를 운영하는 데 차질이 생기면 사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혀왔다. 올해 7월에는 “(사임의) 문은 열려있다.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에다 올해 초부터 오른쪽 무릎 상태가 나빠져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고 꾸준히 조기 사임설이 제기됐다.
지난 8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중부의 소도시 라퀼라(L’Aquila)를 방문하면서 교황이 ‘조기 사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라퀼라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 중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