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불법적으로 영국 해안으로 들어온 난민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는 영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영국 법원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고등법원은 이같은 방침이 유엔 난민 협약이나 인권법을 위반하지 않는 합법적 조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정부가 망명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내고, 그들의 망명 여부를 영국이 아닌 르완다에서 결정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인권단체를 통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망명 신청자 8명의 개별적 상황을 정부가 충분히 고려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리아, 이란, 이라크에서 왔으며,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항소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방문 중인 리시 수낙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원 판단으로 정부가 “불법 이주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집권 후 정부의 초점은 추방 정책을 가능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항상 합법적이라고 주장해온 정책을 오늘 법원이 이를 지지했다”고 했다.
르완다 정부도 이날 판결이 세계 이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치”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수낙 총리가 파업과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고 대중들로부터 불법 이민자들에 대처하라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그에게 안도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자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 문제로 골치를 앓아오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지난 4월 르완다 정부와 난민 이송 협약을 맺었다. 영국이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에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는 대가로 르완다에 1억2000만파운드(약 2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올해만 해도 4만명 넘는 난민이 영불해협을 건넜다.
르완다에서 심사를 통과해 난민 지위를 얻으면 르완다에 약 5년간 머물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이민 절차를 밟거나 추방될 수 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건너온 난민을 영국에서 6400㎞ 이상 떨어진 르완다로 보낸다는 계획이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정부는 국제 인권 단체의 비난에도 지난 6월 첫 번째 난민 이송 비행기를 띄우려 했으나, 유럽인권재판소가 제동을 걸어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