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대표적인 씽크탱크가 최근 실시한 워게임(war game) 결과에서 중국이 2026년에 타이완을 침공하면, 현재 전함 수에서 전세계 최대인 중국 해군은 궤멸되고 미국도 항모 2척이 격침되는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리 입수한 CSIS의 워게임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모두 24개의 시나리오를 갖고 2026년에 중국 해군이 수륙양용으로 타이완을 침공하는 워게임을 실시했으며 “미국이 궁극적으로 승리하겠지만, 미군 전력 역시 패배한 중국군만큼이나 파괴돼 상당 기간 미국의 글로벌 위치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군과 중국군, 타이완군과 일본군 등 이 전쟁에 개입하는 나라에서 수백 척의 전함과 전투기,수천 명의 전사자가 각각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CSIS는 이 보고서를 한국시간으로 10일 새벽에 발표한다.

이번 워게임을 주도한 CSIS의 선임 고문 마크 캔시언(Cancian)은 CNN 방송에 “미국 정부나 민간 기관이 실시한 워게임은 너무 협소하고 불투명해 정책결정가들이나 대중에게 타이완을 둘러싼 미ㆍ중 충돌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진정한 시각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전 워게임은 비밀 분류됐거나, 공개된 워게임은 그저 한 두 시나리오에 기초했다”고 밝혔다.

2019년 8월 17일 중국 해군의 해병대 여단이 중국 남부의 광둥성 한 해안에서 타이완 침공을 가상한 상륙 훈련을 하고 있다. 타이완군의 우선 순위는 중국군의 해안 교두보 확보를 막는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

CSIS는 ‘다음 번 전쟁의 첫번째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4차례의 워게임은 중국의 타이완 침공이 성공할 것인지, 또 양측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를 것인지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 결과 중국의 타이완 침공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대가는 양측에 막대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미 해군은 2척의 항모와 10~20척의 대형 전함을 잃었다. 또 전쟁 시작 3주 만에 3200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이는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20년간 전사한 미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또 중국 해군은 궤멸되고, 수륙양용 부대의 핵심은 파괴되고 1만 명이 전사하고 수만 명의 전쟁 포로가 발생한다. 중국은 155대의 전투기와 138척의 주요 전함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인구 2400만 명의 타이완에선 3500명의 전사자가 발생하고, 타이완 해군이 보유한 26척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모두 격침될 것으로 CSIS의 워게임 보고서는 예상했다. 타이완은 전기나 기본적인 서비스가 파괴된 경제를 맞게 될 것이다. 또 일본 역시 미군 기지가 공격을 받으면서, 100대 이상의 전투기와 26척의 전함을 잃을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 같은 결론이 나온 24건의 워게임에는 4가지 ‘상수’가 있다고 밝혔다. 즉, ①타이완의 지상군이 중국군이 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하며 ②미군이 작전을 위해서 일본 내 기지를 이용하고 ③미국이 중국 해군을 원거리에서 일제히 대규모 공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대함(對艦) 미사일을 보유하며 ④미국이 중국의 침공 이전에 타이완을 완전히 무장시키고 미국이 무력 분쟁에 즉시 군사력을 개입할 능력을 보유한 것을 기본 전제로 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타이완의 경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점차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타이완 침공이 발발하고 나면, 미국과 동맹국이 타이완에 병력이나 보급품을 추가로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함, 잠수함과 미사일 공격으로 타이완 섬을 에워싸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뜨리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는다. 개전(開戰) 후에도, 서쪽의 육로를 통해 서방의 군수품과 인도적 구호품을 계속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는 지리적 여건이 완전히 다르다.

CSIS 보고서는 따라서,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일본과 괌에 있는 미군 기지를 강화하고, 미 해군력은 생존이 가능하고 소형인 전함 위주로 편성하고, 잠수함과 지속 가능한 폭격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첨단 고가보다는 저렴한 전투기 생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타이완도 이러한 미군의 무기 전략과 비슷하게, 중국의 선제 공격을 견디지 못할 고가(高價)의 전함 대신에 단순한 무기 플랫폼으로 무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청훈(Chung-Hoon)'함은 지난 5일 미국의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 '항해의 자유' 작전의 일환으로 타이완 해협을 지나갔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2차 대전 때 싸웠던 미 해군 제독 고든 청훈(Gordon Pai'ea Chung-Hoon)을 기려 이름 붙여졌다. 사진은 2020년 8월11일 장면. /AFP 연합뉴스

CSIS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미군이 승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줄어들지만 피해는 여전히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이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패배한’ 중국보다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고 밝혔다.

CSIS는 이번 보고서가 타이완을 둘러싼 전쟁이 “불가피하거나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 지도부는 타이완에 대한 외교적 고립이나, 회색 지대에서의 압력 강화, 경제적 압박 전술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