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이 홍콩의 종목별 스포츠 협회들에게 단체 이름에 ‘중국’이란 단어를 포함시킬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스포츠 단체를 대표하는 중국홍콩체육협회·올림픽위원회(SFOC)는 최근 산하 단체들에게 오는 7월까지 이 같은 방침을 따를 것을 지시하면서 어길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더해 홍콩 문화체육관광국은 각 단체들에게 SFOC 회원 자격을 상실할 경우, 홍콩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각 단체에게 보냈다.
재정적 문제에 더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반드시 SFOC의 회원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단체들은 협회명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16일 기준, SFOC 홈페이지에 등록된 83개 체육 단체 중 약 25%에 해당하는 21개 협회만 협회명에 중국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상태로, 60여개의 단체는 6개월 안에 단체명을 변경해야 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10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축구협회의 경우에는 늦어도 오는 7월까지는 ‘중국홍콩축구협회’ 같은 식으로 공식 명칭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WP는 이 같은 조치가 단순히 유니폼 위에 새겨지는 협회명이 변경되는 것을 넘어선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문화를 연구하는 홍콩중문대 토비어스 즈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홍콩에서 중국에 대한 국가 정체성 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홍콩에서 스포츠가 정치적 표현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었다”라며 “홍콩과 중국 대표팀간 경기에서 홍콩 팬들은 스스로 중국과 다른 정체성을 느끼고 표현할 거의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홍콩 체육 단체명에 중국을 삽입하는 조치에는 이 같은 정체성 분화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홍콩 당국은 스포츠 행사와 관련, 점차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펜싱 종목에서 홍콩 선수가 금메달을 따 시상식에서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자, 이를 생중계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야유한 것을 두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쇼핑몰에서 영국령 홍콩 깃발을 흔든 기자에게 국가(國歌)법 위반을 이유로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SFOC는 각 협회에 스포츠 경기 전후에 국가가 잘못 연주되거나 잘못된 깃발이 게양될 경우 선수 등이 즉시 ‘T’자 수신호를 만들어 오류가 있음을 표시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며 즉시 정정되지 않을 경우 바로 경기장을 떠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