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각)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에 국무부 줄리 터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과장을 지명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핵·미사일과 더불어 북한 내 인권 탄압 문제도 본격 공론화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사급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 터너 과장을 지명하고 미 연방 상원에 인준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특사에 대해선 민주·공화당이 모두 조속한 지명을 요구해왔던 만큼 상원 인준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터너 지명자는 16년간 인권·노동국 동아시아·태평양실에 근무하면서 탈북자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주로 다룬 인권 외교 전문가다. 북한인권특사실 특별보좌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남아시아 담당을 지냈다. 페퍼다인대와 메릴랜드대에서 학·석사를 받았고,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2004년 10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신설됐다. 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 수립과 집행 전반에 관여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로버트 킹 특사가 임명돼 2009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활동했지만, 그 이후 6년 동안 공석 상태였다.
터너 지명자는 상원 인준 통과 이후 공개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터너 지명자는 지난 2017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제작하는 인터뷰 영상물 ‘인권 영웅들’에 출연해 탈북 여성 지현아씨를 인터뷰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그간 서방의 인권 문제 지적에 ‘모략’ ‘날조’라고 반발해 온 북한을 상대로 미 고위직이 공식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북한 지도부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의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을 환영하며, 조속한 임무 개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국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지명을 계기로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우리 정부도 작년 7월 5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신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6년 이상 진행되지 않았던 북한 인권 관련 별도 협의 채널을 연내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