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영국과 프랑스, 9일에는 벨기에를 잇달아 방문했다. 러시아와 전쟁 이후 지난해 말 미국·폴란드 방문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순방으로, 유럽 각국에서 전투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기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유럽 각국을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 연합뉴스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 EU 지도부와 27회원국 정상을 향해 전투기와 중화기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인 지난해 6월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어 아직 정식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 EU의 특별 초청을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 전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며 우크라이나를 EU 정식 회원국으로 승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정오 영국 런던을 방문해 리시 수낙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일 오전에야 일정을 공개한 깜짝 방문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의회에서 한 영어 연설에서 “영국은 (전쟁)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와 함께했다”며 “참호에 있는 우리 군인과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신해 영국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린지 호일 하원의장에게 우크라이나 엘리트 조종사의 헬멧을 선물하고 “우리에겐 자유가 있다. 그것을 지킬 날개를 달라”며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낙 총리와 함께 영국에서 훈련받는 우크라이나군을 방문했다. 영국은 지난 6개월간 우크라이나군 신병 1만명을 훈련했고, 올해 추가로 2만명에 대한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수낙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우크라이나군 훈련 대상을 전투기 조종사와 해병대원까지 확대하고 장거리 무기 등 군사 장비 지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정을 마친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조종사들이 전투기를 빨리 얻을수록 전쟁이 더 빨리 끝나고, 유럽은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려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할 것은 분명하며, 우크라이나는 유럽 가족의 일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