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부인 커밀라 왕비가 오는 5월 열릴 대관식에서 최근 전례를 깨고 코이누르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을 쓰지 않을 예정이다. 인도 등 과거 식민 지배 국가와의 마찰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커밀라 왕비가 찰스 3세의 증조할머니인 메리 왕비가 1911년 대관식 때 썼던 왕관을 재사용한다고 밝혔다.
메리 왕비가 썼던 왕관을 커밀라 왕비의 머리에 맞게 모양을 손보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착용했던 브로치에 쓰인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장식할 계획이다. 메리 왕비는 조지 5세(재위 1910~1936년)의 부인으로 메리 왕비가 썼던 왕관은 현재 런던탑에 보관돼 있다.
20세기 들어 영국 왕비들은 대관식에서 105.6 캐럿(21.12g)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다이아몬드 중 하나인 코이누르가 박힌 왕관을 쓰곤 했다.
외신들은 왕실의 이번 결정이 코이누르 왕관을 사용할 경우 인도 등과의 외교적 분쟁이 생길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인도에서 이 보석이 영국의 식민 지배 시기 자국의 ‘피눈물’을 상징한다며 왕관 사용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 왕실은 메리 왕비 왕관의 재사용에 대해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의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코이누르는 인도 무굴제국 소유였으나 1739년 이란 군주 나다르 샤가 델리를 점령하면서 약탈해갔다.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다가 1849년 영국이 인도, 파키스탄에 걸친 펀자브 지역을 합병하면서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년)의 손에 들어간 이후 영국 왕실이 소유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은 코이누르의 소유권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