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18일(현지 시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8주년을 축하하는 대형 콘서트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년간 평시보다 인구 200만명이 더 감소했다고 4일(현지 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이 러시아의 인구 감소를 가속화했고, 지난해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구 악몽’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공식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38만80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사망자가 120만~160만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850~1100명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많은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의 인구 감소를 부채질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서방국가들은 지난해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러시아인이 50만~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부터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동원령을 피해 핀란드와 몽골, 조지아,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으로 향하는 러시아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장에서 죽거나 다친 러시아 병사가 17만5000~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전쟁 여파로 15세 남성의 기대 수명이 5년 짧아지면서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1000만명 많은 기형적인 인구구조가 자리 잡게 됐다. 또한 고학력 인력의 해외 이탈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교육수준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유엔은 러시아 인구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줄어든다면 50년 안에 1억2000만명까지 감소해 현재 세계 7위인 인구 규모가 15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는 국가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러시아처럼 가파르게 줄어드는 경향은 흔치 않다”며 “러시아가 인구 감소 ‘파멸의 고리’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