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글은 팬데믹 초기까지 구내식당에서 직원 건강을 위한 '구글 푸드 프로그램'을 운영, 고급 식단으로 구성된 식사와 간식 뷔페를 제공해 부러움을 샀으나, 최근 메뉴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사내 마사지 치료사도 모두 내보냈다. /구글

고급 케이터링 급식과 드라이클리닝, 미용실, 마사지, 요가 수업, 와인 배달…. 기상천외하고 화려한 직원 복지 경쟁에 나섰던 미국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대기업들이 최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사내 복지 혜택을 대거 삭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복지(perks)와 침체(recession)를 합친 ‘perk-cession’이란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

테크기업 감원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9일 현재 468개의 기술 관련 회사에서 12만6000명 이상의 감원 계획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직원의 13%를 해고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사내 무료 세탁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 보조금 지원을 종료했다. 사내 고급 게임룸도 없앴다. 저녁 식사 제공시간을 마지막 통근 버스가 출발하는 오후 6시로 늦췄으며, 직원들이 음식을 집에 싸갈 수 없게 일회용 용기도 치워버렸다.

구글이 2009년 워싱턴 사옥을 세운 뒤 선보인 직원 전용 클라이밍 월. /구글

일류 요리사들을 데려와 초밥, 불고기, 고급 술로 매일 구내 뷔페를 차렸던 구글은 지난해 말부터 메뉴를 크게 간소화했다. 구글의 사내 마사지사도 전부 해고됐다. 트위터는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래 감원 피바람이 불면서 웰니스(wellness·건강) 관련 혜택을 모두 종료했다. 무료 간식과 가정 인터넷 비용 상환, 자녀 보육비, 출장 식비 지급도 없어졌다. 다른 IT 기업들도 사내 바리스타부터 요가·하이킹 훈련, 생일 유급휴가와 가족 야유회 지원, 재택근무자 음식 배달, 와인·도서 등 구독 서비스 지원 등을 없애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통근자 전원에게 지급하던 택시비를 야근자에게만 주기로 하고, 뉴욕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내 고급 카페도 폐쇄했다.

이런 복지 혜택은 경영자 입장에선 크지 않은 비용으로 직원들의 애사심을 키우고 사무실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지금 같은 긴축 시대엔 비용이 그 효과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직원들 역시 “회사가 아무리 좋아봤자 회사” “최고의 복지는 연봉 인상과 재택근무 보장”이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런 자잘한 복지에 별 감동을 받지 않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