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가뭄으로 숨진 사람이 4만3000명에 달하며, 그중 절반이 어린이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가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을 덮친 가운데 가뭄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 수가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유엔 협력 기관들은 올해 초 소말리아에서만 600만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WHO와 UNICEF는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에도 가뭄에 따른 식량 부족 등으로 최소 1만8000명이 숨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추세가 25만명이 숨졌던 2011년 기근 때보다 나쁘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소말리아 어린이 50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뭄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소말리아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극심한 가뭄과 함께 이슬람 무장 단체 알샤바브의 테러 등으로 소말리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8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최근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기존에 소말리아로 향했던 구호 단체의 지원금이 분산된 것도 소말리아의 기아(飢餓) 문제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아담 압델물라 소말리아 주재 유엔 조정관은 지난 1월 수도 모가디슈를 방문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에게 “전통적인 기부자 중 다수가 소말리아에서 손을 떼고 우크라이나에 집중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