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동맹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러시아24와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히고 “전혀 문제가 없다.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고 주장했다고 스푸트니크·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며 “핵비확산 합의를 어기지 않으면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했다”고 했다. 이어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배치하는 것”이라며 핵무기 통제권을 벨라루스에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다수와 10대의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고,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서 자국 내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대한 핵 위협에 나선 것은 지난달 21일 국정연설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한 지난 21일에는 영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용 열화우라늄탄 제공을 문제 삼으며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고, 이후 러시아는 서방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열화우라늄탄과 관련해 “러시아도 이에 대응할 것이 있다”며 “과장하지 않고 그런 포탄 수십만 발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분쟁 장기화 시도라고 규정하고 이 같은 지원이 상황을 악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물량의 3배에 달하는 탄약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내 1600대의 전차를 생산하는 등 러시아의 전차 수가 우크라이나의 3배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난 1년간 이번 합의에 대해 논의해 왔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우리는 나토 동맹의 집단 방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발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간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 전쟁 전문가들이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내놓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