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50) 뉴욕 맨해튼지방검사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브래그 지검장은 트럼프와 주변 인물의 비리를 집요하게 파헤쳐 지속적으로 범죄 혐의를 제기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를 이끌어냈다.
브래그 검사장은 1973년 뉴욕 빈민가인 할렘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냈다. ‘할렘가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는 하버드대 학부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시의회 소송·조사국장을 거쳐 뉴욕 남부연방지검 검사로 임용돼 수년간 화이트칼라 범죄와 공공부패 사건들을 수사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2021년 11월 공화당 후보를 누르며 사상 첫 흑인 맨해튼지검장이란 역사를 썼다. 미국에선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지방검사장은 대부분 선거로 뽑는다. 지방검사장 출신이 정계나 주(州) 정부, 연방정부로 옮기는 경우가 더러 있어 이 자리가 정계 입문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점에 주목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와 기소를 ‘마녀사냥’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야심에 찬 브래그 지검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공화당 거물 트럼프의 앞길을 막아섰다는 것이다. 브래그 지검장은 최근엔 트럼프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당신을 죽일 거야’라고 적힌 협박 메시지가 담긴 봉투를 받기도 했다.
브래그 검사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브래그 검사장이 자선 재단 ‘트럼프 파운데이션’에 대한 민사소송을 지휘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됐다. 이 소송에서 트럼프 측은 재단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하고 2019년 법원으로부터 200만달러를 재단에 납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이어 트럼프 그룹을 수사해 ‘트럼프의 회계사’로 불리는 앨런 와이슬버그 전 재무최고책임자(CFO)의 탈세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이끌어냈고, 트럼프가 사면권을 행사했던 ‘책사’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전략가를 돈 세탁 혐의로 다시 기소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그의 전·현직 동료들을 인용해 브래그 검사장에 대해 “모든 사건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직접 관여하는 성격”이라며 “자신의 안위가 걸렸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한 번 결정했다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