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도청 문서 유출 사건에서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한국과 함께 도청당한 국가로 거론된 이스라엘과 프랑스는 10일 의혹 내용을 공식 부인하면서 “진위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 모두 “민감한 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불확실한 정보에 휘둘려선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열린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장악 반대시위./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경우 국외 정보 수집 기관 모사드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장악에 맞서는 국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했다는 의혹이 ‘도청 문서’를 통해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이스라엘 언론들이 그 진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모사드가 굳이 반정부 시위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이를 보도한) 미국 언론들도 문서에 담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표적인 좌파 신문인 하레츠는 우파인 네타냐후 총리와 사사건건 각을 세워왔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침착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이미 ‘모사드 책임자가 법률 자문을 거쳐 직원들이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허가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 폭로를 한 주체의 의도가 의심된다는 여론도 많다. 하레츠는 “(이번 폭로가) 러시아 등 미확인 세력의 심리전일 수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 미 중앙정보국(CIA)과 모사드 간의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파 성향 예루살렘포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이스라엘 언론은 도청 자체보다는 “모사드와 그 고위 인사들은 시위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며, 모사드 설립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국가에 대한 봉사라는 가치에 전념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총리실의 공식 입장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다당제 국가로 최근까지 네타냐후의 사법 장악을 두고 대립해온 이스라엘의 야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선 특별한 반응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국 기관과 교류 경험이 있는 한 전직 정보 기관 관계자는 “전쟁의 위기가 일상화된 나라들일수록 국가 안보와 관련해 정부와 국가 정보기관의 입장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유출된 문서엔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프랑스도 일단은 침착하게 대응 중이다. ‘도청 문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프랑스와 미국·영국·라트비아 등의 특수작전 요원 100명 미만으로 구성된 소규모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면서 “인용된 문서는 프랑스군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출처가 불분명한 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르몽드는 “현 단계에서 르몽드는 조작 가능성이 있고 내용 확인이 불가능한 세부 정보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기밀 문서 유출 사건의 희생자는 미국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