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9일(현지시각) 우리나라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할 경우 분쟁 개입을 의미한다”며 “북한에 대한 무기 공급 등 그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주 미국 국방부 기밀 유출을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행으로 추측되는 포탄 33만발을 수출키로 한 것이 알려진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건부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크렘린궁 출입 내·외신 기자와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취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특정 단계의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비우호적 입장’이란 이날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도된 윤 대통령 인터뷰다.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리 정부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자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7국(G7) 및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함께 ‘비우호국 목록’에 올리고 러시아와 외교 관계 및 무역, 투자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 현재 이 비우호국 목록에는 총 50여개 국가가 올라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전 대통령인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오늘 우크라이나 정권에 무기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며 “러시아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에 러시아의 최신 무기를 공급한다면 한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북한에 대한 무기 공급은) 한국이 언급한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quid pro quo)”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러시아의 적국에 무기를 공급하면, 똑같이 한국의 적국에 무기를 주겠다는 의미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한국은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정권에 살상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해 왔는데, 입장이 바뀌었다”며 “우리의 적을 돕고 싶어하는 새로운 열성팬이 등장했다”고도 했다.
러시아가 한국을 직접 거론해 무기 지원에 대해 경고한 것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6개월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양국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과 군사 분야의 협력을 재개하면 한국 입장에서 기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