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외교부장이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소개하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玩火者,必自焚]”고 경고했다. 이러한 거친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과 통화에서 미국을 겨냥해 썼던 것이다. 중국이 대만 등 자국의 민감한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한국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은 21일 한 포럼의 연설에서 최근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 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시도한다’ 등의 언급을 접했다면서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도 위배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직접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친강은 이어 “(대만 관련해서)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친강의 발언은 지난 2021년 11월 시진핑이 바이든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했던 말과 일치하다. 당시 시진핑은 “미국 일각에서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 하기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는 매우 위험하고, 불장난을 하다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7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바이든과 통화했을 때도 “불장난”이란 표현을 썼다.

중국은 지난 20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타인의 말참견[置喙]을 불허[不容]한다”고 비판했다. 해외 정상의 발언에 대해 외교적으로 결례가 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왕원빈은 또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격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입장을 강조하며 한국 헌법과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부정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윤 대통령이 방미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일본과 대만 문제에서 보조를 맞추는 한국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외교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여전히 존중한다고 밝혔는데도 중국은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고 했다.

중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미국의 대중 압박에 적극 동참하게 될 가능성 또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중 경쟁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에서 한국이 대중 디커플링에 동참할지 여부를 주시할 전망이다.윤 대통령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이 ‘대만해협 평화 안정’ 요구에서 더 나아가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를 명확히 반대하는 메시지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게재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