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편향 논란으로 시청률이 곤두박질친 미국의 주요 방송사 CNN이 “정치색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노골적으로 백악관과 대립각을 세우며 ‘진보 진영의 스피커’를 자처했던 CNN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자마자 시청률 하락 폭이 커졌다.
22일(현지 시각) CNN은 올해 가을부터 새로운 토크쇼 프로그램 ‘킹 찰스’를 선보인다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매주 수요일 새로운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토크쇼의 공동 진행자로 유명 여성 앵커 게일 킹과 미 프로농구(NBA) 스타 선수 출신 방송인 찰스 바클리를 내세운다고 했다.
이날 두 진행자는 케이블 채널 TNT의 ‘팁 오프’란 쇼에 출연해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정치색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클리는 “우리는 ‘자유주의자·보수주의자·공화주의자·민주주의자’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것들은 방송을 전반적으로 망쳐왔다”고 했다. 킹도 “항상 무거운 주제만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미국 언론계에서 방송사나 신문사의 탈(脫)정치 선언은 이례적이다. 이유는 시청률 부진 때문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 해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프로그램은) 시청률 상승을 위한 공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CNN 최고경영자 크리스 리히트가 황금 시간대에 실험을 시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간판 앵커들의 정치적 발언으로 홍역을 치러왔다. 예컨대 유명 앵커 돈 레먼은 2020년 ‘CNN 투나잇’ 방송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친구들과 절연했다”며 “그들은 정말 어리석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들이 (마약)중독자처럼 나락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정치 편향 논란은 시청률 저하로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지난달 CNN의 25~54세 시청률은 30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황금 시간대 시청자 수는 평균 53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나 줄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폭스 뉴스의 시청률은 15%, MSNBC는 6% 하락한 것에 비해 압도적인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