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논란과 경제난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 경제 사령탑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선정적인 내용의 소설을 출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초 마를렌 시아파 사회적 경제 담당 장관이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로 등장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마크롱 정부 장관들의 처신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 시각) 프랑스24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소설 ‘퓌그 아메리켄(Fugue Américaine·미국식 일탈)’을 출간했다. 480페이지 분량으로 23.5유로(약 3만5000원)에 선보인 이 소설은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쿠바로 여행을 떠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노골적인 성관계 묘사 장면들이 소설 중반부를 구성한다.
한 야당 의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사람들이 냉장고를 채우지도, 집세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온 나라가 연금 개혁과 싸우고 있는데 이 와중에 르메르는 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르메르의 소설 출간 당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는 3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피치는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회·정치적 불안 상태에 놓여있어 정부의 재정 개선 노력이 제한될 것”이라며 9년 만에 등급을 낮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르메르의 소설은 정부가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새로운 비난에 직면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소설 출간은 개인 사생활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르메르의 책은) 장관들도 정장 뒤에 가려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르메르 장관은 2017년 취임 이래 5권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