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각) 영국 찰스 3세의 대관식을 계기로 전 세계의 군주 국가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찰스 3세보다 훨씬 부유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주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195국 중 ‘왕’이 있는 나라는 소수다. ‘김씨 왕조’라고도 여겨지는 북한을 제외하고 공식적인 군주제 국가만 28나라다. 이 나라들에서는 여전히 군주가 ‘국가의 수장’으로 군림한다.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군주의 지위를 갖는 사람은 29명인데, 군주국보다 군주의 수가 1명 많은 것은 유럽의 소국 ‘안도라’에서 2명의 군주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이 나라에서는 프랑스 대통령과 스페인 우르젤 교구의 주교를 공동 군주로 삼는다. 세계 군주 29명 중 여성은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뿐이다. 최고령 군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살만 빈 압둘 아지즈(89), 최연소 군주는 이웃 나라 카타르의 에미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44)다.
군주제는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첫번째는 군주가 국가의 모든 의사 결정의 정점에서 철권통치를 하는 전통적 군주제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대다수 중동 군주국과 동남아의 에너지 부국 브루나이가 여기에 속한다. 두번째는 태국·말레이시아처럼 군주가 선출 기관과 통치권을 공유하는 경우다.
마지막은 군주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상징적 존재로만 기능하는 경우다. 영국 등 유럽의 대다수 군주국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국가는 아예 왕실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평범한 삶을 살라”며 손주 4명의 왕자·공주 지위를 박탈했다. 시대가 바뀌고 군주와 왕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변화했기에, 반감을 최소화하면서 왕실을 지키는 ‘생존 방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흔히 군주를 ‘왕’과 동일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왕은 군주를 칭하는 명칭 중 하나일 뿐이다. 28국 가운데 영국 등 17국에서만 군주를 ‘왕’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천황’, 브루나이와 오만에서는 ‘술탄’, 카타르와 쿠웨이트에서는 ‘에미르’라고 부른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특이하게 대통령을 군주로 삼는다. ‘임기’가 있는 왕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왕 임기가 5년으로 정해져 있다. 술탄(지역 군주) 9명이 돌아가며 맡는다.
대다수 군주는 물려받은 왕실 재산뿐만 아니라 막대한 개인 재산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군주가 개인 순자산 100억달러(약 13조27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찰스 3세는 개인 추정 자산 7억5000만달러에서 14억4000만달러(약 1조~1조9100억원)로 하위권에 속할 정도다. 지난 2019년 CEO월드매거진이 발표한 세계 군주들의 개인 자산 순위에서는 태국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이 약 430억달러(약 57조61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