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한 사람들의 시신을 화장해 봉안하고 있는 일본 한 사찰의 납골당./조선일보 DB

일본에서 도심의 대형 납골당이 사회문제로 불거질 조짐이다. 지난 20년간 30% 이상 급증한 도심 납골당이 과도한 경쟁 탓에 경영 악화로 문을 닫으면서 ‘유골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삿포로시(市) 도심에 있는 납골당 ‘미타마도 모토마치’는 최근 이용자에게 유골을 갖고 나가라고 통보했다. 유골을 모신 납골당 건물이 경매로 다른 회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2012년 개업한 이 납골당은 4층짜리 건물에서 770기의 납골당 공간을 30만~250만엔(약 300만~2500만원) 정도 받고 판매했다. 납골당을 운영하는 종교법인 하쿠호지는 작년 10월 자금 사정 악화 탓에 빚을 못 갚았고, 납골당 건물·토지가 압류돼 경매로 넘어갔다. 이를 최근 부동산 회사가 낙찰받으면서 납골당 건물에 유골을 더는 보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납골당 사용권을 구매했던 이용자들은 납골당 건물이 현재 폐쇄돼 참배는커녕, 내부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8년 전 120만엔(약 1200만원)을 내고 손녀의 유골을 맡긴 60대 후반 이용자는 ‘도로 가져가라’는 종교법인의 통보에 따르지 않고 항의하고 있다. 신문은 “아직도 50기 정도 유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금 확보가 수월한 이점만 본 종교법인들이 도심에 납골당을 난립한 게 문제로 꼽힌다. 일본은 민간 기업의 납골당 운영을 인정하지 않고 지자체나 종교법인, 공익법인 등만 설립·운영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장례 업체와 같은 민간 기업이 돈이 없는 종교법인에 납골당 건물 건축비나 구입비를 빌려주고 이 시장에 우회 진입하면서 도심 납골당이 급증한 것이다. 파산한 삿포로시의 납골당 ‘미타마도 모토마치’도 운영 주체인 종교법인 하쿠호지가 장례 업체에서 빌린 2억엔을 못 갚은 사례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납골당은 2021년 기준으로 9466곳에 달해, 지난 20년 동안 30% 이상 늘었다. 특히 도쿄도와 오사카부는 같은 기간 각각 50%, 250% 급증했다. 삿포로시 외에 후쿠이현이나 센다이시에도 자금난으로 파산한 납골당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납골당은 일시적인 보관 장소로 치부했다. 하지만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고향이 아닌 도심 납골당에 유골을 모시고 무덤 대신 사용하는 경우 등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