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한반도 전문가이자 국무부의 ‘2인자’인 웬디 셔먼(74) 국무부 부장관이 내달 사임한다고 국무부가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셔먼 부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및 대북 도발 억제 논의 등 최전선에 투입됐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월 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 논의차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셔먼 부장관의 사임을 알리고 “최초의 여성 국무부 정무차관이자 최초의 여성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장벽을 허물었다”며 “30년 이상 3명의 대통령, 5명의 국무장관과 일을 한 그의 놀라운 경력은 우리 시대 가장 어려운 외교정책 과제를 다뤘다”고 했다. 이어 “(셔먼 부장관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우리 친구들과의 유대를 심화했다”며 “21세기 역사가 쓰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관여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셔먼 부장관은 2000년대 초반의 북핵 협상과 2015년 이란 핵 합의 협상에 모두 관여한 베테랑 외교관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2기 말기인 1999∼2001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 배석했고,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했었다. 그는 2011~2015년엔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내면서 이란 핵 합의의 미국 협상단 실무를 총괄 지휘했다. 셔먼 부장관과 오랫동안 함께 협의해왔던 조현동 주미대사는 뉴욕타임스에 “그는 미국 외교에서 철의 여인 같은 존재”라며 “(셔먼 부장관은) 한국과 일본 간 관계 개선을 돕는 데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셔먼 부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국무부 가족이 모든 시민들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세계를 위한 일을 계속 맡아줄 것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