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과 함께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 희생자 위령탑을 헌화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첫날인 19일 다른 정상들과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자료관을 방문한 뒤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안내했다. 히로시마는 1945년 8월 6일 미군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 원폭자료관에는 피폭자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피폭지 방문은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체류 시간이 10분에 불과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인 피폭자와의 면담까지 포함해 40분간 방문했다. 이날 바이든 등 정상들과 만난 피폭자는 자신의 체험을 영어로 세계에 알려 온 오구라 게이코(86)씨였다고 NHK는 보도했다.

이날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이 바랐던 사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결의를 재확인하고, 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키려는 G7의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라고 말했다.

평화공원에 헌화한 G7 정상들 - 일본 히로시마에서 19일 개막한 G7(7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 등이 원폭 참상을 알리는 평화기념공원에 헌화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AP 연합뉴스

한편 G7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정상들은 “러시아 병력과 군사장비의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수 없이 평화는 실현될 수 없다”며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자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한 추가 제재 조치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어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을 확실히 좌절시키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재정적, 인도적, 군사적,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또 중국과 이란 등을 겨냥해 “제3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물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는 제3국을 저지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정상들은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문제에 관한 별도의 토의를 진행했으며 디지털 분야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와 몰입형 기술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일본 정부는 발표했다. 정상들은 저녁에는 고속선을 타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 미야지마로 이동해 만찬을 가졌다.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인도·태평양 정세와 핵 군축·비확산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G7의 연대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도 급속히 밀착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G7 정상회의 맞대응 조치로 18~19일 산시성 시안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중국이 1990년대 초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수교를 맺은 이후 30년 만에 처음 열리는 대면 다자회의로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도 23~24일 리창 총리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