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남태평양 섬나라간의 첫 다자정상회의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담(29~30일)에 참석한 각국 정상 중 유독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뉴질랜드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나나이아 마후타(53) 뉴질랜드 외교·군축장관이다.
입술과 턱에 모코 카우아에(moko kauae)라고 불리는 마오리 전통 타투를 한 그는 서울과 부산에서 숨가쁘게 진행된 일정을 소화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뉴질랜드 외교장관 회담을 했고,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뉴질랜드 출신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렸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둘이 찍은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틈틈이 근황을 알렸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저를 찾아 외교관과 직원들도 격려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한국에는 번안가요 ‘연가’로 잘 알려진 마오리 전통 민요 ‘포카레카레아나’를 부르며 마후타 장관을 맞았다.
마후타 장관은 뉴질랜드 정치사를 새로 쓴 주역으로 꼽힌다. 노동당 소속 의원이기도 한 그는 2020년 11월 당시 내각을 이끌던 저신다 아던 총리에 의해 외교장관에 발탁됐다. 뉴질랜드 역사상 첫 원주민 여성출신 외교 사령탑이었다. 지명 당시 그의 마오리족 혈통 못지 않게 화제가 됐던 것은 입술과 턱에 새겨진 마오리족 전통 문양이었다. 그는 2016년 8월 의회 휴회 기간을 이용해 모코 카우아에를 새겼다.
남성의원이 아닌 여성 의원이 이렇게 타투를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마후타 장관은 당시 라디오 뉴질랜드 인터뷰에서 “그것(전통 타투를 한 첫 여성의원이라는 점)에 대해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훗날 트위터에 자신이 새긴 타투에 대해서 “내가 마오리족이라는 것을 문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후타 장관은 마오리족 왕가의 친척이다. 고(故) 테 아리키누이 테 아타이랑기 카아후 여왕의 조카이면서, 현재 지도자인 투헤이티아 왕과도 가까운 사이다. 마후타 장관은 스물 여섯살이던 1996년에 의원이 된 관록의 정치인이다. 외교사령탑이 되기 전 관세부·청소년부·마오리개발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하며 국정 경험을 축적했다.
그가 외교사령탑이 된 뒤 국제정세를 뒤흔드는 격변이 잇따라 발생했다.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전례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생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국제사회의 진영간 분열은 가속화했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서 2년 6개월째 뉴질랜드의 외교·안보 사령탑을 맡고 있다. 마후타 장관은 29일 앤드루 리틀 국방장관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솔로몬 제도에 대한 방위지원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솔로몬제도는 남태평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서방 국가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최전선으로 떠오른 곳이다. 마후타 장관은 “(솔로몬제도와의) 안보 협력을 통한 양국 파트너십은 평화와 안정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