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얼굴을 새긴 지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지폐가 한때 그의 얼굴을 담았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자유시장경제의 아버지’ 스미스는 지폐에서 왜 사라졌을까.
영국의 화폐 시스템은 다소 특이하다. 영국중앙은행은 영국 전역의 화폐를 관리하는 유일한 중앙은행이다. 하지만 ‘연합 왕국’인 영국을 잉글랜드와 함께 구성하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각각 자체적인 지폐(파운드)를 발행해 쓰고 있다. 통화 가치는 영국 파운드에 연동되지만, 잉글랜드엔 이들 화폐를 받지 않는 곳이 많다.
스미스의 고향 스코틀랜드는 1981년 그의 초상화와 산업 혁명을 상징하는 기계 그림을 담은 50파운드권을 발행했다. 2007년 3월엔 영국 20파운드권에 스미스의 옆 얼굴이 들어갔고, 배경엔 대표작 ‘국부론’에서 분업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한 핀 공장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영국중앙은행 발행 지폐에 스코틀랜드 출신 모델이 들어간 첫 사례였다. 그런데 정작 스코틀랜드에선 “왜 (50파운드인) 스코틀랜드보다 낮은 20파운드권인가. (영국중앙은행 소재지) 잉글랜드가 스미스를 깎아내렸다”는 반발이 나왔다. 스미스 탓에 지폐에서 빠지게 된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팬들은 “문화예술인이 하나도 없다니 부적절하다”며 항의했다.
정작 스코틀랜드는 2009년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권을 발행하면서 지폐 모델을 대부분 교체했다. 스미스의 자리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엘시 잉글리스로 바뀌었다. 영국중앙은행 또한 “예술 계통 인물이 없다”는 반발이 계속되자 지난해 9월 결국 스미스를 화가 윌리엄 터너 초상화로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