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도봉구의 한 음식쓰레기 처리시설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뼈와 씨, 비닐 등을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는 모습. 뉴욕타임스가 도봉구의 식당에서 나온 국물 섞인 음식쓰레기가 사료와 퇴비, 난방 연료로 변신하는 과정을 직접 취재했다. /뉴욕타임스

한국 집집마다 ‘누가 들고나가 버릴 것이냐’ 기싸움하는 그것, 세계가 주목하는 컨텐츠가 됐다. 음식쓰레기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자 종합 4면 1개면 전체에 ‘한국은 음식쓰레기를 연료로 바꾼다’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이 20년 가까이 음식쓰레기 90% 이상을 재활용 중인 것을 자세히 다뤘다.

미 최대 도시 뉴욕은 미국 최초로 내년 가을부터 음식쓰레기를 전면 분리수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뉴욕에서 일반 쓰레기통마다 넘쳐나는 음식을 먹는 쥐가 들끓고, 음식 매립·소각이 메탄가스를 유발해 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뉴욕시가 음식쓰레기 분리수거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난 수년간 한국의 시스템을 참고했다”고 한 것이 NYT 기사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중국·덴마크 등 각국이 ‘K-음식 분리수거’ 노하우를 배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1995년부터 일반 쓰레기와 종이·플라스틱·유리 등을 분리했지만 음식 분리수거는 ‘난제’로 꼽혀 2005년에야 도입했다. 국물류가 많고 반찬을 많이 차리는 한국 식문화 때문에 음식쓰레기 양이 많아 설비·인력 면에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15일자 종합4면에 1개면을 털어 한국의 음식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노하우를 소개했다. 뉴욕시가 최근 내년부터 음식물 분리수거(compost)를 전면 실시하면서, 한국 시스템을 검토했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NYT는 서울 도봉구의 한 식당에서 시작되는 음식쓰레기의 ‘여정’을 따라갔다. 식당 측이 매일 잔반과 국물을 모은 통을 내놓으면, 수거팀이 주 6일 새벽마다 돌며 수거한다. 이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잡뼈와 씨, 껍질 등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낸 뒤 분쇄기로 갈아 탈수 과정을 거친다. 수거 4시간 만에 퇴비 냄새가 나는 갈색 가루가 돼지·닭·오리 사료로 재탄생한다. 나머지 액체는 경기도 고양시의 처리 시설에서 35일간 미생물로 발효시켜 바이오 가스를 생성한 다음, 인근 3000가구의 난방 연료로 쓰인다. 잔여 고형물은 나무 조각과 섞여 비료가 된다.

NYT는 “처리 시설 내부는 냄새가 지독하지만 밖에선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지자체마다 시스템을 더욱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아파트마다 들어서고 있는 카드식 음식쓰레기 무게 자동 측정기와 월별 정산 시스템도 자세히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