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대학 입시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키로 했다는 소식에 미국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9년부터 수차례 “우리도 따라 해야 한다”고 예찬했던 한국식 교육에 이런 문제점이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 시각) ‘한국, 대학 입시에서 킬러 문항(killer question) 배제키로’란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킬러 문항과 관련, “공교육 교과과정을 벗어난 데다, 과목명과도 일치하지 않는 극도로 어렵고(extremely difficult) 악명 높은(notorious) 문제들”이라고 표현했다. NYT는 “한국 학생들은 ‘국어’ 과목임에도 (금융 개념인) ‘자기자본’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했다”면서, “한국 가정들은 작년 한 해 26조원의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했다”고 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사교육 일타 강사의 도움 없이 풀 수 있는 고교생이 있겠느냐’는 한 대학 교수의 언급도 실렸다.
블룸버그는 “최근 몇 년 새 킬러 문항이 부상하면서(emerged) 학생들이 학원으로 더 몰렸다”며 “한국 고교생들은 방과 후에 국어, 영어, 수학 등 적어도 3개 이상의 학원 집중 코스를 듣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킬러 문항은 집안 형편이 넉넉해서 값비싼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며 “부모들로서는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일류 대학 진학이 소수의(handful) 대기업에 취직하는 길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이런 이슈는 특히 극심하다”고도 했다.
NYT는 ‘이렇게 임박해서 시험을 바꾸면 학생들이 더 사교육을 찾게 될 것’ ‘킬러 문항을 없애면 쉬운 문제를 틀릴 때 점수 손해가 커질 것’이라는 사교육 업계의 발언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사교육 업계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