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공직자를 뜻하는 호랑이와 파리를 축출하겠다는 뜻이 담긴 일러스트/중국 인민망

중국은 국내 정치와 외교에서 ‘동물’을 활용한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말 이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중국이 해외 각국에서 벌여온 ‘여우 사냥(獵狐·례후)’ 작전이 대표적이다. 지도부가 직접 만들었다. ‘여우 사냥’은 횡령이나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이들이나 외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작전을 일컫는 용어다. 여우는 중국에서 교활함과 간사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우처럼 교활하게 타국으로 빠져나간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대대적인 공직자 부패 척결을 선언하며 “늙은 호랑이와 파리는 함께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부패한 고위 공무원을 ‘늙은 호랑이(老虎·라오후)’, 하급 공무원은 ‘파리(蒼蠅·창잉)’에 빗댄 것이다. 두 단어는 그해 중국 교육부 등이 펴낸 공식 보고서에 신조어로도 등록됐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엔 동물과 관련한 비유나 우화가 굉장히 많다”며 “동물이 가진 이미지를 활용해 대중에게 (국가 정책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은유를 썼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격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전랑 외교’도 동물에서 비롯한 말이다. 전랑(戰狼)은 ‘늑대 전사’라는 뜻으로, 2015년 개봉한 중국의 애국 영화 ‘전랑’이 어원이다. 2020년 2월 독일 언론 슈피겔이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 스타일을 ‘전랑 외교’라고 표현한 후 널리 쓰이게 됐다. 보도 직후 화춘잉(華春瑩)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서방은 늑대나 호랑이처럼 잔인하고 흉악한데, 중국만 침묵하는 어린 양으로 있어야 한단 말이냐”고 역시 동물을 들어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