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 시각) 그리스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 대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2차 총선을 이틀 앞둔 수도 아테네에서 마지막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건 그리스 집권당 신민주주의당(ND)이 2차 총선에서 압승했다고 가디언·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로써 신민주주의당을 이끌어온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5) 총리가 4년 더 그리스를 이끌게 됐다. 그는 연금·공공 부문 개혁과 감세·외자유치 정책으로 빚더미 그리스의 경제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 신민주주의당은 40.5%(개표율 99% 기준)를 득표해 17.8%를 얻은 좌파 시리자당에 압승했다. 지난달 21일 1차 총선에서 신민주주의당은 41%, 시리자당은 20%를 각각 득표했었는데, 격차가 벌어졌다. 4년에 한 번 총선을 치르는 그리스는 1차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당이 단독 과반을 얻지 못하면 연정(聯政) 협상에 돌입하고,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2차 총선을 치르는 구조다. 1차 총선에서 300석 중 과반에 못 미치는 146석을 확보했던 신민주주의당은 이날 2차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158석을 차지, 단독 정부를 꾸리게 됐다.

이번 2차 총선 결과를 두고 그리스 국민들이 연금·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공약들을 쏟아낸 시리자 당 대신 경제 살리기에 성공한 신민주주의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총리 취임 이후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과 의료·연금 개혁, 공공 부문 구조조정 등 경제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8%에 그쳤던 그리스 경제 성장률은 작년 5.9%를 기록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게 반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사태에 몰렸던 그리스는 작년 3월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차 총선 압승 직후 연설에서 “모든 능력을 다해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장남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국제 컨설팅사인 맥킨지 금융 컨설턴트, 그리스 알파뱅크의 벤처자회사에서 투자책임자로 일한 금융 전문가다. 2004년 총선 때 아테네 B 선거구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디지털거버넌스 장관을 거쳐 2016년 당시 야당인 신민당 대표가 됐다.

누나인 도라 바코얀니스는 여성 최초로 아테네 시장·외교부 장관을 역임했다. 바코얀니스의 아들이자 미초타키스의 조카인 코스타스 바코얀니스는 2019년 6월 아테네 시장으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