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독일 튀링겐주 소도시 조네베르크 시장 선거에서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 후보가 52.8%로 당선됐다. 2013년 창당해 강경 반이민 정책을 주장해온 이 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처음이다. 독일의 오랜 포용적 이민정책에 대한 반감이 민심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 이민 정책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왔으나, 2015년을 전후해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의 발호의 여파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주민들이 대량 유입돼 통제가 어려운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각국은 자국의 치안, 보편적 인도주의, 실질적인 국익 사이에서 고심하며 이민 정책의 틀을 다지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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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경제·인구 대국 독일은 ‘경제 발전 동력이 되는 합법 이민은 장려하되 불법 이주는 엄단한다’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지난달 브라질과 체결한 ‘공정한 이민을 위한 의향서’다. 브라질 간병 인력을 독일로 이주시켜 고령자·환자들을 위한 돌봄 인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1960년대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을 데려와 자국의 보건·개발 인력으로 활용했던 기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달에는 체류 외국인들이 언어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출 경우 취업 기회를 넓혀주는 방향으로 이민법을 개정했다.

반면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 5월 난민들의 숙식과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에 대한 연방 정부 추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난민 위장 불법 이주자의 정착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독일은 2019년 자격 요건 미달 망명 신청자 추방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질서 있는 송환법’을 제정했다.

독일 못지않게 포용적 이민 정책을 펼쳐온 나라가 스웨덴이다. 2차 대전 이후 전쟁이나 정정 불안으로 고국을 등진 난민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자국민과 동일한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했다. 1990~2000년대 발칸 등 동유럽 지역 주민들이 대거 스웨덴으로 왔고, 보스니아계 이민자 후손인 축구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출세한 사례도 나왔다. 2015년 전후 대거 유입된 중동 이민자 복지 혜택으로 국가 재정이 고갈된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스웨덴은 문턱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2016년 가족 결합을 제한하고 체류 자격을 강화하는 한시적 특별법을 제정했고, 지난해에는 유입 이민자 숫자를 줄이겠다는 정부 차원 방침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택한 영국은 현실적 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급증하는 자국 내 불법 이주민을 아프리카에서 치안 상황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르완다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영국은 르완다에 1억7000만달러(약 2242억원)를 주고 불법 이주자들을 정착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강제 송환하지 않아 인도주의에도 부합한다는 게 제도의 취지였다.

이 같은 방침은 최근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다만 대법원의 판결은 제도의 취지는 옳지만 장소를 다시 물색하라는 취지여서 영국 내 불법 이민자들은 새 정착지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도 이주자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5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는 국민입법 형태로 추진 중인 이민자 신분 정규화 법안이다. 앞서 스페인은 2021년에는 불법 이민자의 10대 자녀 체류 및 취업 요건을 대폭 완화해주는 내용으로 이민법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한편으로 지중해를 두고 마주 보는 이웃 모로코와 불법 이민 근절 방안도 적극 논의하고 있다.

EU와 각국 정상들은 이민 통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인도주의 대응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EU 방어를 총괄하는 유럽국경해양경비청은 최근 그리스에 대한 경비·순찰 활동 잠정 중단을 검토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리스가 자국행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고, 해상 조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민자 수용을 두고 수차례 충돌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지난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문제 해결에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