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민자는 약 855만명으로 전체 인구(6530만명)의 13.0%에 달했다. 전체 이민자 중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절반에 가깝고, 그중 북아프리카 3국(알제리·튀니지·모로코) 출신이 30%에 육박한다.
이민자 증가의 역사는 곧 프랑스 성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노동력이 부족해진 프랑스는 한때 식민지였던 이 국가 주민들의 프랑스 이주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프랑스인보다 인건비가 싼 데다,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프랑스어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들은 주로 공장에서 육체 노동자로 일하거나 프랑스군으로 징집돼 1·2차 세계대전 전선에서 싸웠다. 약 40만명에 달하는 알제리인이 징집됐고, 6만명 이상이 ‘프랑스군’으로 전사했다고 알려졌다. 2차대전 승전 후엔, 폭격에 부서진 프랑스를 재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50~1960년대 이 국가들이 차례로 독립한 후엔 독립 직후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피해 프랑스에 정착하려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늘었다. 이후엔 서유럽과 북아프리카의 경제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주자는 계속 유입됐다. 이주자 집단이 팽창하며 때때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톨레랑스(관용)’의 원칙에 따라 이후에도 비교적 관대하게 이주자를 받아들였다.
최근엔 이주자들이 프랑스 사회의 동력이 된,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에 따르면 2017년 프랑스 합계출산율이 1.88명으로 유럽연합 최고를 기록할 당시 신생아 5명 중 1명이 이민자 산모에게서 태어났다. 특히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여성은 1인당 평균 3.5명을 낳으며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였다.
프랑스의 문화·스포츠계 유명인 중 북아프리카 혈통을 이어받은 이들도 적지 않다. 전설적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모계 혈통에 알제리인이 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구성은 이들 이민자가 이끌어낸 다양성의 힘을 보여준다. 프랑스 축구의 ‘신화’로 꼽히는 지네딘 지단은 부모가 모두 알제리 출신이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대표 공격수인 킬리언 음바페도 알제리 출신 어머니와 카메룬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 당시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3명 중 ‘토종 프랑스’인 선수는 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