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차원을 넘어 개별적으로도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이 호주·미국이 격년으로 실시하는 최대 규모 합동 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에 처음으로 병력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이 훈련에는 낙하산 부대 170명과 해병대 40여명 등 최대 240명의 독일군 장병이 참가한다. 알폰소 마이스 독일 육군참모총장은 “우리는 이 지역의 규칙 기반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는 유능한 파트너임을 입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9월 독일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인도 태평양 전략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이 독일의 안보에 큰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호주·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외교 및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이듬해 12월 독일 연방 해군 호위함인 ‘바이에른호’는 20여 년 만에 인도·태평양 지역을 방문, 부산항에 기항했다.
영국도 올해 초 일본과 새로운 안보 협정인 ‘원활화 협정(RAA)’을 체결했다. RAA에는 합동 군사 훈련을 위해 양국이 상대국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고, 군함 기항·무기 반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리시 수낙 총리는 이 협정에 대해 “지난 한 세기 동안 양국 사이에 이뤄진 가장 중요한 방위 협정”이라고 했다. 프랑스 역시 지난 2019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인도·태평량 전략을 발표하고, 해외 영토인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에서 격년으로 ‘크로이 뒤 수드’라는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이 주축인 유럽연합(EU) 역시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다. EU 27국 외교장관들은 2021년 4월 ‘인도·태평양 협력에 관한 EU 전략’ 결정문을 채택했다. EU는 인도·태평양을 “세계 경제의 중심 무대이자 전략적 요충 지역”으로 규정했다. 이어 “EU는 이 지역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지역 체제의 유지에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수밖에 없다”며 관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서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인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려는 궁극적 목표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져 궁극적으로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지구 인구와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세계 무역의 대부분이 이 지역 해역을 통과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장 고조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