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지난 2004년 종교인연합 대표들이 사형제도 폐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우) 2010년 사형제도 합헌 판결 직후 종교·인권·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20국에서 1800건 넘는 사형이 집행됐다.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엔 미국과 일본이 사형 집행을 하고 있다. 미국은 50개 주(州) 가운데 27개 주가 사형제를 법률에 명시해 두었다. 올해 들어 미주리(4명)·오클라호마(1명)·텍사스(5명)·앨라배마(1명)·플로리다(5명)가 사형을 집행했다. 최근 일본의 연간 사형 집행 건수는 한 자릿수로 적은 편이지만, 거의 매년 형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사형제를 유지하는 미국의 주들은 ‘흉악 범죄를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형 집행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잠재적 살인자에게 죽음의 두려움을 심어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형 찬성론자인 미 사회학자 어니스트 반덴하그(1914~2002)는 생전 “형법은 살인자의 생명보다 잠재적 피해자의 생명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 사형은 수감만으로는 범죄를 억제할 수 없는 일부 예비 살인범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아울러 반사회적 흉악 범죄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의 구현 수단으로 사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가 살인범에게 최고 수위의 처벌을 내림으로써 ‘생명 보호’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취지다. “살인범이 하루 세끼 식사와 깨끗한 침대, 가족 면회와 끝없는 항소를 통해 교도소에 편히 누워 있어서는 안 된다. 정의 실현엔 (사형이라는) 응징이 반드시 필요하다”(로버트 메이시 전 오클라호마 지방검사)는 주장 등이 이 논리를 뒷받침한다.

일본은 2021년엔 3명, 지난해에도 1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했다.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 사건 범인 도모히로 가토에 대한 형을 지난해 7월 집행한 것이 가장 최근이다. 미국은 그나마 인도적 처형을 위해 약물 주입이나 전기의자 등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의 처벌은 교수형으로 이뤄진다. 사망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어 잔혹하다는 논란도 일지만 “사형수는 다소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2011년 오사카지방재판소)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 국민 상당수는 희생된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형 제도를 지지한다. 이른바 ‘신원(伸冤)의 성립’이다. 2019년 11월 일본 정부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81%가 ‘사형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응답자의 56%가 “피해자와 유족들의 감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꼽았다.

사형 반대론자들은 제도의 맹점으로 ‘억울한 죽음의 위험’을 꼽는다. 특히 일본에선 살인죄로 1951년 사형이 확정됐다가 1983년 재심 청구로 무죄 판결을 받은 ‘멘다 사카에 사건’ 등 떠들썩한 오심 판결이 때때로 불거져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일본의 사형 집행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지고 있다.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를 살포해 6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및 공범 12명(2018년 사형), 2001년 오사카 초등학교에 침입해 칼부림으로 어린이 8명을 살해한 다쿠마 마모루(2004년 사형) 등이 대표적이다. 아사하라의 사형을 집행한 후 가미가와 요코 당시 일본 법무상(장관)은 “이들은 수많은 사람의 존엄한 생명을 빼앗았다. 신중한 검토 뒤 집행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형 결정 기준은 구체적인 편이다. 1968년 미군 숙소에서 몰래 훔친 권총으로 4명을 쏴 죽인 연쇄살인마 ‘나가야마 노리오 사건’을 계기로, 최고재판소가 이른바 ‘나가야마 기준’을 정해두었다. 범죄 동기, 살인 방법, 나이 등 9가지 항목을 고려하되 결과의 심각성, 특히 사망한 희생자의 수가 가장 중요시된다. 4명 이상을 죽였을 경우 무조건 사형한다.